국내 대형 병원의 환자식 배식 시스템은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종류의 대규모 환자식을 조리 후 빠르게 배식하는 능력, 음식의 종류별 온도·신선도 유지, 배식 처리비용 측면에서 세계 어느 국가도 한국의 경쟁력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평가다. 병원 급식업계는 그 배경에 명세CMK라는 중소기업 영향이 컸다고 입을 모은다.
김종섭 명세CMK 대표(사진)는 1997년 모 대학병원에 지인 병문안을 갔다가 당시 환자들이 매일 식고 딱딱하게 말라버린 밥을 먹는 것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에 환자식용 배식차 개발을 결심했다. 그때까지 대부분 병원 환자식은 온·냉 보관 설비가 없었고 주방에서 병실까지 이동하는 데 시간과 인력 소요가 많아 대규모 배식이 불가능했다. 음식을 식지 않게 조리 즉시 소량씩 배식하는 바람에 한끼 배식에만 3시간이 소요됐다. 환자들 역시 상당수가 맛이 없다며 밥을 남기기 일쑤였고 병원에선 잔반을 처리하느라 애를 먹었다.
먼저 한 개의 식판에서 밥과 국은 따뜻하게, 김치와 동치미 국물, 과일 등은 차갑게 개별 온·냉 보관이 가능해졌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40인분 환자식을 실은 배식차를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그동안 무거운 식판을 옮기느라 근골격계 질환을 앓아온 배식 담당 병원 조리원들은 이 제품이 나오자 김 대표에게 감사의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병원 영양학계에서도 찬사가 쏟아졌다. 김 대표는 “병원 급식은 약이나 주사만큼 건강 회복에 중요한 요소”라며 “환자들이 밥맛이 좋아져 회복이 빨라졌다는 병원측 반응이 많아 보람이 컸다”고 말했다.
수출도 날개를 달았다. 브라질, 태국, 말레이시아, 호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대형 병원으로 수출이 이어졌고 일부 국가에선 수천대 가량의 5년치 수출 물량을 확보하기도 했다. 일본 파나소닉은 이 회사 기술을 배우고 공동 사업을 하기위해 여러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일부 국가에선 직접 보건복지부 장관이 김 대표를 만나 ‘병원 스마트’정책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사태 이전만 하더라도 세계 각국 병원장들과 수출 상담을 하느라 연간 20개국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올해 예상 매출은 100억원, 내년은 150억원"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배식 뿐만 아니라 병원 세탁물, 약제, 폐기물 등도 무인 이송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대형병원들의 요청이 많아 현재 병원물류로봇 전체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며 “소용량 음식을 전달하는 서빙로봇보다 배식차가 훨씬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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